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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기억이라는 것은 사실 시간이 흐르면 온전한 형태를 갖추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나 그것을 끄집어낼 때는 파편들이 재배열되고 색상대비가 흐려지는 순간이 오는데, 그 순간 온전하지 않은 것들이 온전한 것으로 믿어질 때가 있다.
김한조 작가의 기억의 촉감 단편집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러 단편들중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기억의 촉감" 편이 역시 제일 좋았다. 물론 다른 단편 작품도 일상을 훑어보는 솜씨의 급이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작품 전체에 짙게 배인 작가의 성향이 매우 분명하게 도드라진다. 누구나 선뜻 말로 꺼내놓기 힘든 경험과 기억이 있기 마련이다. 사춘기 즈음을 지날 때, 혹은 어른이 되고 나서도 스스로 저지른 못마땅한 기억들이 어느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런 생채기마저 내 인생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고 실수였음을 인정하는 나와의 화해가 필요한 것 같다. 작품 내용과 닮은 기억들이 많은 이유는 동시대를 살아온 까닭이고, 굳이 이유를 하나 더 찾자면 그 시대가 지금에 비해 다소 경직되고 선택지가 별로 없는 시대였기 때문이리라.
한 가지 안타까운점은 이런 좋은 작가들의 작품이 절판되어 더 이상 출판조차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서사나 대하 같은 큰 줄기의 문학만 인정하는 문화도 한몫했으리라. 잔잔한 일상을 후비고 헤집어서 느껴보지 못 한 새로운 감정선을 독자에게 선사하는 이런 종류의 문학도 인정받는 세상이 되길 희망한다.
내 생은 늘 그랬다.
언제나 머리와 몸이 분리되어 있는 것만 같았다.
특별히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닌데, 머리로만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현실에 발이 잘 닿지가 않았다.
늘 뭔가를 생각했지만, 몸은 그저 쭉정이에 불과했으니 생각의 깊이란 것도 얄팍하기 그지없었다.
작가의 말 중
과한 욕심이겠지만 내 작업의 독자가 되어 주시는 분들이 짧은 이야기들 속에 담긴 기억들을 읽고 난 뒤에 이야기 속 화자들의 보여지지 않은 삶까지 상상하게 되길 바란다. 밤하늘에 두서없이 찍힌 별들을 저마다의 상상력으로 이어 별자리를 만들듯이 말이다. 모범 답안은 없으며, 다만 저마다 살아오며 몸에 새겨진 기억들이 각기 다른 별자리 그림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불어판도 있음 : https://livre.fnac.com/a3817150/Hanjo-Kim-La-memoire-du-cor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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